(책)워싱턴 룰 -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앤드루 바세비치 (지은이) | 박인규 (옮긴이) | 오월의봄 | 2013-09-05 | 원제 Washington Rules: America's Path To Permanent War (2010년)





미국의 안보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과 함께 한국적 상황에서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주한미군 철수라는 주장을 금기시 여기는 한국사회, 북한 핵위기 앞에 평화적 군축을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남북관계 가운데 끊임없이 신형 전투기 도입 등 군사력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국가 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는 제도적으로 볼 때 미국보다도 훨씬 뒤떨어져 있다.

저자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안보 정책은 확고한 초당적 합의에 의해 운영되어 왔으며 해리 트루먼에서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이 이 합의에 충성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그 합의의 요체는 바로 미국만이 국제질서를 규정하고 운영할 특권과 책임을 갖고 있다는 신념과 이를 위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앤드루 바세비치는 이것을 바로 ‘워싱턴 룰’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 · 6

들어가는 말 · 12

1장 CIA와 SAC, 준전쟁의 전사들 · 35
대통령을 움직이는 세력들|제국의 건설자들|앨런 덜레스: 위대한 백인
담당관|커티스 르메이: 우리는 지금 전쟁 중|새로운 안보국가의 음과 양

2장 냉전 용사들의 환상 · 87
케네디, 워싱턴 룰을 더 강화하다|누가 통제권을 갖는가|냉전 용사들의 치
욕|낭떠러지를 향해|베트남과 케네디의 죽음|베트남전쟁은 왜 일어났나

3장 되살아난 신조 · 151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명예로운 평화|베트남을 망각하다|올브라이트
의 등장과 퇴장

4장 성 삼위일체가 재편성되다 · 199
미군의 세계 주둔은 더 확대됐다|전쟁의 재발명|속도는 최고의 무기|수
렁에 빠진 이라크 원정




쓰기
오늘날 미국인들은 한반도에서 전투가 중단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나먼 동북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 미국 국민은 미군이 일본과 몇몇 서유럽 국가들에 한국보다 더 오랜 기간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미군 병사를 해외에 보내는 것은 미국 영화를 수출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그저 미국이 하는 일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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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즉각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주요 보좌관들은 이 컨센서스와 여기에서 도출된 네 가지 주장에 충성을 맹세했다. 해리 트루먼 이래 모든 대통령이 이 주장들에 충성을 맹세해왔으며 오바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첫째, 누군가 세계를 조직해야만(또는 형성해야만) 한다. (…) 둘째, 오직 미국만이 세계 질서를 처방하고 집행할 능력이 있다. (…) 셋째, 미국에게 주어진 임무 중에는 국제 질서를 규정할 원칙들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그 원칙들은 당연히 미국적 원칙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들은 보편적 타당성을 지닌다. (…)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의) 극소수 깡패국가들이나 불평꾼 국가들을 빼놓고는 모든 국가들이 이와 같은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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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트루먼이 히로시마에 원폭 투하를 결정했다는 것은 가장 명목적인 의미에서만 그럴 뿐이다. 1945년 여름쯤이 되면 원자폭탄을 사용해야 한다는 모멘텀이 너무도 강력해서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1961년 존 F. 케네디의 (쿠바의 카스트로 제거를 위한) 피그만 침공 결정, 1965년 린든 존슨의 미 지상군 베트남 파병 결정, 그리고 심지어 2003년 조지 W. 부시의 이라크전쟁 결정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경우에서 대통령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이미 결정해놓은 것을 추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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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미국의 평화 추구 노력을 방해했을 때, 예를 들어 1962년의 미사일 위기, 1979년 이란 샤(국왕)의 축출,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9.11테러 공격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워싱턴의 권력자들은 언제나 이러한 사건들을 난데없는 것으로, 아무런 역사적 맥락도 없이 발생한 것으로 묘사한다. 미국은 피해자 아니면 죄 없는 방관자이며, 미국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들은 지금 문제가 되는 사건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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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다. 문구용 칼로 무장한 19명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미 본토에 대해 1812년 이래 가장 치명적이 타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공항의 보안이 허술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미국은 공항의 보안 강화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테러가 발생한 지 24시간도 채 되기 전에 이라크 침공을 외치고 나섰다. 이라크는 9?11테러와는 전혀 무관한 나라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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