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소득증가분 95% 독식… 美


[세계는 지금] 상위 1%가 소득증가분 95% 독식… 美도 중산층이 무너진다 http://ow.ly/3y8bym

[세계는 지금] 상위 1%가 소득증가분 95% 독식… 美도 중산층이 무너진다

세계일보 | 입력 2015.02.22 19:22
최종수정 2015.02.22 22:10

경기회복기 부익부 빈익빈의 현주소
미국에서 소득 불균형과 중산층의 위기가 핵심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 불균형 현상이 지난 20여년 사이에 더욱 심화됐으며, 특히 2008년 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기 이후 중산층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소득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 증세와 사회복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벽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소득 불균형 문제는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도 핵심 선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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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새해 연두교서에서 올해 주요 국정과제로 부유층 증세 등 중산층 살리기를 언급한 가운데 미 경기침체기(2009∼2012년)를 거치면서 갈수록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늘고 있다는 싱크탱크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미 중산층의 위기를 다룬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한 장면.세계일보 자료사진

◆소득 불균형 심화

미국에서 2008∼2009년 대경기침체기(Great Recession) 이후 최상위 계층과 나머지 계층 간 소득이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근 발표한 ‘주별 소득 불균형 1917∼2012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득 불균형 추이를 분석했다. 1979년부터 2007년 사이에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최상위 계층이 미국 전체 소득 증가분의 53.9%를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1%의 최상위 계층 소득 증가율은 200.5%인데 나머지 99%의 소득 증가율은 18.9%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 1%의 소득 증가율이 나머지 99%보다 10배 이상 높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이매뉴얼 사에즈 교수팀은 최근에 낸 보고서에서 대경기침체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계층이 미국 전체 소득 증가분의 95%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사에즈 교수와 피케티 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는 2012년에 미국의 소득 불균형에 관한 보고서를 냈었다.

두 교수는 최상위 소득 1% 계층이 미국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79년에 9.9%였으나 2007년에는 23.5%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 후 대경기침체기를 맞아 상위 1% 계층을 비롯한 모든 계층의 소득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경기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상위 1%의 소득 증가분 독식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사에즈와 피케티 교수는 강조했다. EPI는 두 교수의 연구 모델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미국 상위 소득 1% 계층의 소득이 평균 36.8%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나머지 99%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0.4%가 줄었다. 이는 곧 상위 소득 1% 계층이 경제회복기의 과실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연구소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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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중산층

소득 불균형 심화로 중산층이 줄어들고,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노숙인 숫자는 2010년 기준으로 65만명에 이르며 빈곤선 이하 소득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4600만명에 달한다고 경제전문지 피스컬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빈곤층 숫자는 1980년과 비교할 때 50%가량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미국인 1인당 평균 소득은 3만4800달러(약 3833만원)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의 평균 소득이 아니라 소득 분포도의 중간값을 따지는 중간소득을 보면 미국의 소득 불균형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제전문 웹사이트인 빌모이어스닷컴에 따르면 2013년도 미국 가계의 중간소득은 5만1939달러였다. 중간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의 가구당 소득 순위는 세계 21위로 떨어진다.

미국에서 중산층을 개인당 중간소득을 기준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계층으로 규정할 때 중산층의 소득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중산층은 연간 개인소득 2만5970∼7만7909달러의 범위에 있는 사람이다. 이 중산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9년에는 56.5%에 달했으나 2013년에는 45.1%로 줄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 센서스국과 미네소타 인구센터의 자료를 토대로 연간 소득 3만5000∼10만달러에 달하는 계층을 중산층이라고 규정할 때 이 계층이 1967년에는 53%였으나 2013년에는 43%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중산층이 줄어드는 이유가 과거에는 소득 증가로 상위 계층에 진입하는 비율이 올라갔기 때문이었으나, 이제는 실업 등으로 소득이 줄어 하위 계층으로 내려가는 비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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