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간부양성(간부론 007)

노동조합 간부양성

천일양병(千日養兵) 일일용병(一日用兵)

그저 노동자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힘이 센 것이 아니다. 노동자가 각성하고 조직되어 투쟁에 일어서야 비로소 힘을 갖게 된다. 노동자의 각성과 조직(노동조합)으로의 단결, 그리고 단체행동을 의해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외치고 조직하고 투쟁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을 노동조합의 간부라고 한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우산과 같은 존재라고 하면, 노동조합의 간부는 우산을 떠받치고 유지하는 우산대와 우산살 같은 존재이다.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주노조 간부의 꿈은 간부를 그만 두는 것이다’라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주고 받곤 한다. 민주노조 간부로 생활하고 활동하는 일이 매우 고달프고 힘겹다는 의미이자 새로운 간부를 발굴·육성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고 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의 체험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앞에서 여러 번 강조했지만, 노동조합의 간부는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받고 훈련받고 양성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천일양병(千日養兵) 일일용병(一日用兵)’이라고 했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그만큼 많은 공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노동조합의 간부 양성 사업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 간부의 양성은 오랜 기간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간부의 양성에서 가장 경계할 점은 조급성이다.
현장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 된 대부분의 신규 간부들은 자기 부서나 현장 사정 때문에 마지 못해 ‘내가 좀 더 고생하지 뭐~’ 이런 마음으로 간부를 결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마음으로 임하는 초보 간부들에게는 노동조합의 모든 업무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업무를 분담시키고 어서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내 욕심일 뿐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망각한 처사라고도 할 수 있다. 신규 간부를 대할 때는 조급성을 경계하고 인내심을 갖고 하나하나 성의껏 가르쳐주며 도와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간부의 선발기준

노동조합 간부를 양성하는 사업의 첫 공정은 간부 대상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예비간부로 선정하고 발굴해야 할까?

노동조합 간부 활동을 함께하자고 제안을 하면 대개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라며 고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조합 간부의 첫 번째 요건이 능력인 것처럼 오해해서 그렇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사람을 평가할때 능력을 최고로 치는 ‘능력주의’가 만연해 있지만, 노동조합 간부의 첫 번째 요건이 능력은 아니다.


노동조합 초기 활동 시기에는 말잘하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 유능한 사람이 두드러지고 그런 사람들이 간부 역할을 많이 맡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 나중이다. 변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 첫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지만 꾸준히 자기의 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착한 사람들이다. 정의를 외면한다면 두고두고 양심의 가책으로 남을 것 같아서 노동조합을 하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고 오래 한다.



그런데 능력을 최고로 평가하는 능력주의의 잣대로 보면 양심적인 사람은 무시당하기 쉽상이다. 심지어 부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이란 돈으로 환산되는데 양심적인 사람은 속된 말로 돈이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하고 양심적인 사람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더욱 인간적인 사회로 변화시킨 밑거름이요 원동력이다.

노동조합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며 출세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조직도 아니다. 노동조합의 간부에게 똑똑함이나 유능함은 부차적이다. 능력을 앞세우는 행태가 되려 노동조합의 단결을 해치는 독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노동조합의 간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양심보다 능력을 우선으로 평가하고 간부를 선발하면 안 된다. 노동조합 간부의 선발 기준은 능력보다 양심이 우선이어야 한다.



- 2022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간부교육자료 中 발췌 수정/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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